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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인사관리 기술을 넘어선 공감과 소통,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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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2-05 16:24 노출일자 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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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슬랙의 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와 공동창업자들이 최초 개발하고자 했던 것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게임 네버엔딩(GameNeverending)'이라 이름 붙여진 비디오 게임은 출시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어떻게든 수익을 유지해야만 했던 개발팀은 이 게임 개발에 사용되었던 몇 가지 기술을 사용해 의도치 않은 서비스를 만든다. 디지털 카메라가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2004년, 온라인 상에서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플리커(Flickr)'라는 플랫폼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리고 이 서비스의 시장성과 잠재력에 관심을 가진 야후(Yahoo)에 의해 인수된다.  


언더독(Underdog)의 반란  


"야후에서 일하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플리커가 야후의 일원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버터필드의 이러한 회상은 일터에서 협업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고, 슬랙과 같은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야후를 퇴사한 이후 버터필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260억 원을 투자하여 '글리치(Glitch)'라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했지만, 투자금 중 70여억 원가량만 회수한 채 두 번째 실패를 경험한다. 당시 여러 도시에 퍼져있던 글리치 개발 팀은 내부 소통의 목적으로 채팅 그룹을 만들고,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서비스를 기업이 구매할만한 것으로 만드는데 노력을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실시간 메시징과 검색, 아카이빙 기능을 근간으로 한 현재의 슬랙이다.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가득한 인재들이 넘치고,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토양을 갖춘 곳이다. 


실제로 버터필드가 야후에서 근무할 당시 옆자리에는 현재 링크드 인(LinkedIn)의 CEO인 제프 와이너(Jeff Weiner)와 구글의 수석 부사장인 브래들리 호로비츠(Bradley Horowitz)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부러움의 공간인 이곳에도 실패는 넘쳐난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성공할 확률이 적은 약자, 즉 언더독이었던 슬랙의 창업 그룹은 반복된 실패에서도 어떻게든 기회를 찾아냈다. 흔히 '실패로부터의 배움(Learning From Failures)'이 성공하는 기업 또는 인재의 가치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의 산물을 실용적이고 강력한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슬랙의 가장 가치 있는 포인트는 이메일 킬러라는 것이다. 메일은 조직에서 소통하는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지진이 일어난 일부터 사무실에 새로운 커피 머신이 들어 온 소식까지 새로운 메일은 경중에 관계없이 같은 무게로 받은 편지함에 저장된다. 슬랙을 사용하기 시작한 회사는 이메일을 50% 이상 덜 보내고, 다양한 슬랙의 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만약 누군가와 점심을 먹고 싶다면, 이메일을 보내고 지우는 등의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슬랙의 '#Lunch' 채널을 들여다보면 된다."


지난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Stewart Butterfield, Email Killer'라는 기사의 일부이다. 슬랙 테크놀로지(Slack Technologies)는 실시간 메시징과 검색, 파일 공유, 화상회의 등의 협업 도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 온 기업 중 하나이며, 현재는 Twitter, Drop box, Github 등 100여 개의 유명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어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업 내 의사소통을 혁신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되었다. 실시간 사용자가 주간 기준 900만 명에 달하고, 이 플랫폼을 통해 전송되는 메시지는 월 기준 15억 개를 돌파한지 오래다.


슬랙은 서비스 모델 그 자체로 소통 중심의 조직을 이끌어가는 문화적 도구일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 표방하는 가치도 여느 실리콘밸리 기업과 차별화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성장 스토리와 현재 위치를 통해 스타트업에 요구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진부하지 않은 핵심가치  


경영학자 패트릭 렌시오니(Patrick M. Lencioni)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대부분 기업의 핵심가치와 명제는 개연성이 없고, 평범하며, 심지어 솔직하지도 않다. 잘못 정의된 핵심가치는 냉소적이고 불만을 가진 직원을 만들고, 고객을 멀어지게 하여 경영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경쟁에서 차별적 우위를 누리고 싶다면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야 하는 것처럼, 기업의 핵심가치에도 차별화된 특성과 영혼이 필요하다.


슬랙은 도전, 성실, 창의와 같은 평범한 진부함을 피하면서, 6가지의 핵심가치를 표방한다. 

슬랙은 이 가치를 다음의 세 문장으로 표현한다.


· ​예의와 호의로 표현되는 공감 (Courtesy & Empathy)

· ​약간의 재미와 장난스러움이 있는 숙련된 장인정신 (Playfulness & Craftsmanship) 

·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번영 (Solidarity & Thriving) 


슬랙의 핵심가치는 유독 다른 동료들과 그들의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집단 전체를 더 큰 차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구성원의 역할을 강조한다. 마치 '채널 전체를 돌아다니며, 회사 전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슬랙 서비스 자체의 특성처럼 말이다.  


'Playfulness'의 가치에 대해서도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기업을 떠올리면 예상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터의 의미로 국한하여 설명하지 않는다. 

"Playfulness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위한 훌륭한 기초이다. 이는 단순히 놀이나 장난이 아니라, 실험적 태도를 의미한다. 세상과 주변을 다르게 보아야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서로에게 친절하게 되며, 대단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다." 



핵심가치 중의 핵심, 공감(Empathy)  


버터필드는 인터뷰 중 '당신의 성공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운 좋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자주 묻는다.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겸손함이 아니라 공감이다. 


"공감이 없다면,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디자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공감할 능력이 없다면 피드백을 전달하기 어렵고 남들의 개선을 도울 수도 없다. 그동안 뛰어난 재능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을 빼고 그들에게 잘못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예의(Courtesy)라는 가치도 공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설명된다. 


"공감대가 드러나는 한 가지 방법은 예의 바른 것이다. 예의는 단순히 친절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미리 예상해보고 만나는 것, 그것이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고 예의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공감의 토대다."


그렇다면, 슬랙은 고객에게 공감을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훌륭한 서비스는 다양한 사용자들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슬랙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고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하게도 그 다양성은 인종, 성별, 취향, 신조와 같은 경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서비스 내에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 그리고 공감이 융합 되도록 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초 80여 명을 채용했던 슬랙은 그 해 연말까지 320명을 채용한다. 그리고 2016년 채용인원은 385명으로 늘어난다. 매일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직원을 채용한 셈이다. 수요의 성장이 뒷받침되었지만, 슬랙은 다양한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을 통해 서비스를 창작함으로써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채용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슬랙은 채용 과정에서도 -그들이 표방하는 가치에 부합하게-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쌍방향 대화를 권장한다.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질문들은 지원자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열정이 생기는지, 지원자 자신의 가치와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자신이 회사를 경영한다면 어떤 문화를 원할 것인지, 동료들은 지원자가 팀에서 하는 역할을 어떻게 묘사하는지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지원자들은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들이 어떤 사람이며 왜 슬랙에서 일하길 원하는지에 대해 나누게 된다. 인터뷰 과정은 자격과 요건을 '산술적으로 측정하고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2~3주간 지속되는 슬랙의 인터뷰 과정은 엄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로봇을 찾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 하고, 장난기와 호기심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 억지로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오늘의 위치에 어떻게 와 있으며, 무엇을 찾고 있고, 앞으로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와 같은 '진짜 당신'의 전체 이야기를 전하길 원한다." 


말이 중요하다  


그들의 표현처럼 말은 어렵다(Words are Hard!).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대면 또는 비대면 상황에서 자신의 의도와 톤을 정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전달된 말은 그만큼 강력하다. 말은 격려하고, 영감을 주고, 행복을 만드는 힘을 가진 것과 동시에, 상대를 배척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부의 의사소통 방식을 향상시키는 것을 문화관리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와 톤, 매너가 스스로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 목소리가 외부의 시장으로 향할 때 브랜드로 인지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슬랙은 2년 전부터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와 사용하지 않는 말들을 추적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를 통해 내부의 의사소통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어 구성원에 공유한다. 슬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말은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쓴다. 말도 다른 스킬들처럼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서로를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어울리는 톤을 유지하고, 청자를 존중하라. 공감하되, 경계를 넘지 말라. 

· 상대가 알아서 이해하길 기대하며 머리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하지 말라. 

· 정리(Editing)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정리한다면 투명하게 처리하고, 이유를 잘 설명하라. 

· 이모티콘을 사용하라. 단지 양념처럼. 적절한 단어의 조합은 수천 개의 이모티콘보다 가치있고 강력하다. 

· 소통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을 멈추지 말라. 

· 슬랙을 위해 일하고 있다면, 당신이 슬랙의 목소리이다. 당신의 경험과 재능에 공감, 예의, 장인정신, 재미와 같은 슬랙의 가치를 입혀 소통하라. 

· 당신의 개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개성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도하면, 게임은 끝난다. 

·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말과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슬랙 서비스 자체의 특성과 함께 CEO인 버터필드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테크기업 창업자의 배경을 지니고 있지 않다.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과학사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과 과학사에 대한 공부를 통해 중요한 몇 가지를 배웠다. 우선 명확하게 글을 쓰는 법을 배웠고, 회의와 의사결정에 중요한 논쟁하는 법을 배웠으며, 과학사를 통해 사람들이 사실과 진실을 믿는 방식을 알게 됐다." 과학과 기술 중심으로 성장해 온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에도 이러한 문화적 소양과 역량의 중요성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슬랙을 통해 주목하고자 하는 마지막 이야기는 실리콘밸리의 거대 테크기업에 불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에 관한 것이다. 


기술 기업의 새로운 트렌드, STEM? STEAM!  


MIT 교수인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와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는 그들의 저서 'The Second Machine Age'에서 기술기업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오늘날의 테크 웨이브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소프트웨어나 기술적 서비스의 개발 또한 점차 자동화되어 가고 있다.  


컨텐츠 라이브러리나 플러그인 모듈의 등장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빠르게 개발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고객과 최종 사용자를 기술과 연결하고,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링크드 인(LinkedIn)은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조사를 한 바 있다. 지난 10여 년간 노스웨스턴대학에 다녔던 62,887명의 링크드인 회원 중, 실리콘밸리의 꿈을 쫓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옮겨온 3,426명의 이력을 추적해 본 것이다. 이들이 소속한 회사는 링크드 인은 물론 구글·애플·페이스북·제넨텍과 같은 유명 기술 기업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체의 30%만이 공학이나 정보기술 분야에 속해 있고, 나머지는 비기술적 분야의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다른 특정 대학과 지역 출신으로 확대해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조사가 이루어졌던 당시 페이스북은 146개의 개발자 포지션을 모집한 반면, 225개의 비즈니스 개발 전문가와 영업담당을 찾고 있었다.  


우버(Uber) 또한 168명의 엔지니어와 비교해 427명의 브랜드 관리, 파트너 지원 담당, 고객운영 담당자를 찾았다. 이제 거대 테크기업들은 과학·기술·공학·수학의 이른바 ‘STEM’ 분야를 넘어 고용을 확대하고 내부 관리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의 CIO 래리 퀸란(Larry Quinlan)의 주장처럼 이제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예술과 인문적 소양(‘A’)을 추가한 ‘STEAM’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슬랙과 CEO인 버터필드는 현재 새로운 기술기업 트랙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차세대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리며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는 중에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한다. 이러한 지향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꿈을 가진 대담한 코더(Coder) 들과 그들을 고객과 연결하는 안목, 그리고 역량을 지닌 연금술사들로 회사를 채우는 비결일 것이다. 



by HCG Consulting BU 백승아 부사장(sabaek@e-h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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