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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공정한 평가, 숫자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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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7-04 14:20 노출일자 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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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있지만, '공정'과 '상식'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요청하는 주된 덕목을 설명하는 키워드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트렌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전 세계 사회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그의 최근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의 의미에 대해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 인식되는 공정이란, 능력주의(Meritocracy)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곧 높은 성과와 역량을 증명한 사람에게는 더욱 많은 부(wealth)가 돌아가는 '성과주의'와 동일한 작동원리를 의미한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경영자에게나 직원들에게나 성과주의는 항상 옳다고 여겨진다. 공정한 평가에 따라 높은 평가 결과를 획득한 핵심 인력에게 높은 보상이 돌아가는 것을 우리는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시스템적 대원칙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능력에 따른 '차별'을 '공정'으로 여기는 공정의 역설이 만연해있는데, 일터에서는 이러한 성과 차등의 원리가 더욱 당연시되고 있다. 이렇듯 "높은 평가 = 높은 보상"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사관리 영역의 평가와 보상은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있다.


평가와 보상의 서로 다른 목적


고도 경쟁 사회에서 능력주의에 물들어있는 우리들은 평가를 줄 세우기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이 '줄 세우기'를 당연한 결과로 인식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은 줄 세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줄 세우는 기준의 문제나, 이를 판정하는 심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이렇다 보니, 인사 제도의 변화 노력을 게을리한 회사에서 종종 업무 능력과 무관한 어학 점수나 별도 교육 과정에 대한 수행평가 점수 등이 인사평가의 요소로 들어가는 경우가 발견되는 것이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보다 '얼마나 명확한 결과가 나오는 평가를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고, 때때로 이런 결과의 명확성이 공정성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와 같이 줄을 세워 인력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상위 등급은 핵심인재로 차별 보상, 하위 등급은 퇴출 대상으로 분류하는

"Stack Ranking", "Rank & Yank"의 기법이 1980년대 이후로 만연했고, 이러한 경영 기법의 대부인 GE의 전 회장 잭 웰치(Jack Welch)는

"10% Rule"을 통해 매년 하위 10%의 인사평가 결과가 부여된 인력은 정리해고를 하고, 이를 위해 인재에 대한 장기간 고강도의 논의(Session C)를 실시했다. 이 기법을 국내외의 많은 기업들이 차용하여 인재를 등급별로 분류하고 차등적 대우를 하는 방식이 늘어났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중요한 것은 평가의 기준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IT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조차 2000년대까지도, 정량적 실적 중심으로 인재들을 평가하고 고평가자와 저평가자 간 차별적 대우의 격차를 확대하여 급기야 창의력과 잠재력을 가진 인력들이 쏟아지듯 해고의 대상이 되었고, 이렇게 '한계 인력' 취급받던 인재들이 당시 떠오르는 IT 신성들이었던 구글(Google),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등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것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큰 교훈을 얻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량적이고 복잡한 평가 지표들(예를 들어, 실적, 기한 준수, 상품의 종류, 소비자 평점 등)을 모두 버리고, 추상적이지만 조직 성과 및 개인 역량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정수인 영향력(Impact) 하나만을 평가하는 것으로 하여 회사에게, 협업 동료에게 성과 창출, 아이디어 제공, 방법론의 공유 등으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부여하고, 이들 중 그 영향력의 Level이

'경쟁적 가치'를 보유한 소수의 인력들에게는 시장 최고 수준의 보상 경쟁력을 제공하는 'One Microsoft' 인사제도를 운영하여 성공적인 부활을 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결국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가 중요한 것이며, 회사가 성장하고, 개인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평가함으로써 개개인의 일과 성과, 역량 발휘의 방향성을 조직의 궁극적인 발전과 정렬(Align)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가는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고, 구성원의 행동에 지표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구성원을 설득하고 수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정'의 초점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객관적 결과의 제시'에 두고 있었다면, 이는 앞으로 구성원의 행동이 곧 회사와 개인에게 공통적인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Recognition)과 믿음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표는 대개 추상적이고, 정성적이며, 많은 사람의 '인상' 과 같은 형태로 나오게 되기에, 필연적으로 지금의 줄 세우기 시스템은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인사평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기업들은 절대평가 체계로의 변화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상이 지니고 있는 목적은 회사와 개인이 다소 상이할 수 있다. 구성원 개인은 평가와 보상이 연결되어 높은 평가를 통해 높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면 더욱 공정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평가가 아무리 매년 높은 수준으로 나오는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그만큼의 역량과 기술을 갖춘 인력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보상을 계속해서 높여줘야 할 유인이 없을 수 있다. 반대로, 저 연차 저 숙련의 인력이므로 평가 등급을 높일 수 없는 인력이라 할지라도, 다른 회사에서도 모두 원하고 있다면 평가에 따라 낮은 보상 수준을 적용했다가는 쉽게 인력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원은 평가와 보상이 정비례의 지렛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회사의 차원에서 보상은 내부의 평가요소보다 외부 시장의 경쟁력이 더욱 큰 결정요인이다.


평가와 보상이 강하게 연결될수록 동기부여의 효과가 강력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과로서 받아들이는 보상과 원인으로서의 평가가 동일하다는 구성원의 '공정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고자 하니, 보상을 조정해야 하는 이유가 외부 시장의 경쟁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평가와 연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평가의 오류, 지표 산정 과정의 오류가 양산될 수밖에 없고, 투명한 의사소통은 더더욱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러한 평가와 무관하게 시장에서의 희소성과 구인 난이도가 높은 일부 구성원을 보상해야 하기에, 각종 수당 등이 복잡하게 가산되는 구조가 흔히 관찰되기도 한다.


능력주의를 진정한 성과주의로 연결시키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평가의 공정성을 수치화된 정량적 결과와 단순 명료한 평가기준으로 높여왔다면, 정성적이고 추상적인 경쟁력 가치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결국 '다면화된 평가'의 종합을 통해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인력들이 다각적인 시각으로 관찰한 결과를 종합하고, 이러한 의견들이 Data로 축적되어 근거로 활용된다면 이러한 '모두의 시각'이 결국 공신력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회사에서는 이 과정에서 축적된 인재에 대한 의견이 인재 관리(Talent Management)의 입력 요소로 활용되므로, 과거 GE가 해왔던 것과 같은 대규모의 장기적인 논의 과정에서 탈피, 보다 객관적이고 풍부한 관찰 내용을 간소한 논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욱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시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피드백이 활발해져야 한다. 다양한 관찰자들로부터 적시에 얻어지는 피드백들은 구성원이 최종 평가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회사 또한, 이러한 피드백들을 제공하면서 보다 유연한 목표관리 및 민첩한 역량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접점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회사는 몇 가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제도적 측면으로 살펴보면 '직무' 그리고 '역할'에 기반한 인사체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을 진정한 가치로 평가하고,

이를 다양한 관리자와 협업 대상자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맡은 직무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어야 하며, 이들에게 기대되는, 그리고 부여하는 역할이 명확해야 이들이 끼치는 '영향력'이 직무/역할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걸맞은 수준인지 동료들이 평가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구성원들에게 적용되는 보상 또한 이러한 직무와 역할에 따라 결정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에게 적용되는 보상의 첫 번째 결정 요소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이것은 갈수록 직무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고, 그 직무 내에서 담당할 수 있는 역할 수준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 인사의 제반 체계가 직무 및 역할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면, 이들에게 시장 수준에 맞춰 효율적인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 또한 적용하기 쉽게 된다. 이들의 연차, 누적된 직급, 평가 등급의 배분 비율 등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면서 인건비의 효율성과 Retention, 구성원에 대한 근거의 설명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하는 골치 아픈 과정을 보다 시장친화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결국 Digital Transformation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동료들의 다양한 시선을 Data로 종합 및 축적, 정리하고 이들을 논의에 활용하는 것, 실시간으로 업무를 관리하여 Feedback을 수집하고 이들을 정리, 전달하는 것 모두 결국 디지털화된 도구가 필수 불가결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상시 성과관리의 도구는 모두 이러한 Data 화, 분석 기능, 실시간성(Real-Time)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사 운영부서의 복잡한 전용 시스템이 아닌, 구성원의 참여를 담보하기 위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되고 있는 추세이다.


공정이 상생의 밑거름이 되도록


결국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현 사회의 젊은이들은 능력주의에 경도되어 '공정한 사회 시스템에서 능력만 충분히 보여준다면 부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이 사회가 갖춘 여러 시험, 학력/경력 평가, 명성과 유명세 등의 시스템은 태생적 배경이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짜여 있어 부의 불평등을 가중시킨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현실의 시스템이 비록 이처럼 비극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지만, 다행히도, 기업은 사회 보다 훨씬 작고 단일한 목적을 가진 조직이므로, 평가 보상이 '진정한 의미'에 맞게 돌아가도록 한다면 조직과 개인이 모두 동기부여의 효과와 성과향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관건은, 직무 시장 친화적인 유연한 제도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Digital 혁신에 있다.


by HCG Consulting BU 홍순원 상무(swhong@e-h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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